1930년대 정지용, 김광림 등과 한국모더니즘 시운동을 선도한 시인 김광균은 상고를 졸업하고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시절을 군산 고무공장 사원으로 군산에서 보냈다. 그의 많은 시에는 군산이 녹아있다 그 시절 군산은 일제가 우리나라 쌀을 수탈하기 위한 항구로 가장 빠르게 현대화된 도시였고 가장 번화한 도시 중 하나였다. 지금은 그 흔적들을 가장 많이 간직한 도시로 레트로 감성을 물씬 풍기는 많은 여행자들의 사랑받는 도시이다.
○ 군산공설시장 등 투어
생긴지 100년이 넘었다는 군산공설시장과 신영시장에서 시장투어를 하였다. 어렸을 적 엄마를 졸라 힘들게 따라 갔던 추억이 있는 재래시장 투어는 항상 설레임이 있다. 시장을 거닐다 보면 살아 숨쉬는 그 도시가 보인다. 해설사가 나와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고 4층으로 재건축한 공설시장은 웬만한 도시 시장보다 규모도 컸고 없는 것 없이 다양한 상품으로 가득차 있다. 하늘 정원에는 군산 시내를 사방팔방으로 다 내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찹쌀보리, 매운당면, 박대 등 특산물과 짬봉이 유명한 도시라 자체 개발한 보리짬뽕라면과 근처 맛집을 소개해 주었다. 로망스투어에서 준 오천원 상품권을 보태 시장 옆 국밥거리에서 점심으로 국밥을 먹었다. 김치는 3년된 묵은지고 국밥 양은 흘러 넘쳤고 국물은 찐하고 맛있다. 국밥사장님이 소개해 준 신영시장에 들렀다. 박대와 보리짬뽕라면도 샀다. 박대를 덤으로 사는 박대 양의 반이나 더 주셨다 후한 인심이 재래시장의 정을 느끼게 한다.

○ 시간여행거리(초원 사진관 등)
시간여행거리에는 그 시절 가장 번화했던 모습을 볼 수 있는 일본인 히로쓰가 지었다는 신흥동 일본식 가옥, 근대역사박물관, 한석규 주연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나온 초원사진관, 이성당 빵집 등이 있다. 이곳을 배경으로 “타짜” “장군의 아들”등이 촬영되었다, 이곳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1930년대 거리를 걷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침 시간여행 축제가 거리에서 개최되어 과거와 현재의 군산을 더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시절 군산항은 전국 3대 항구였을 뿐 아니라 무역항이었다, 수출입화물작업을 위해 수위에 따라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뜬다리(부잔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 시절…… 와!

○ 경암동 철길마을
필자의 유년시절 경암동 철길마을은 TV의 단골 촬영지였다. 철길 주변에 사시는 상인들이 좌판을 깔았다 기차가 오면 걷었다 하면서 장사를 하시는 모습이 신기했다. 일제 강점기 신문용지공장과 군산역간 신문용지를 나르기 위한 2.5㎞ 기찻길이다 6.25전쟁 후 피난민들이 좁은 철길 옆 철도청 땅에 모여들면서 무허가 건물의 마을이 형성되었고 이들은 대부분 군산 고무공장에 다녔다. 2008년 기차가 다니지 않으면서 70,80년대 레트로를 간직한 관광지로 변모하였다. 기차길 옆 마을 집을 개조한 특색있는 상점에는 교복을 입은 남녀 젊은 연인들이 사진을 찍고 연탄불에 쫀드기를 구워 먹으며 만남을 가졌고 오징어게임 신드롬 이후에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달고나 게임 등을 한다. 이곳 역시 황정민, 한지혜 주연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촬영지라 한다.

○ 선유도해수욕장(고군산군도)
고군산군도는 16개의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섬의 군락이다. 중심섬인 선유도는 섬의 경치가 아름다워 신선들이 놀았다 하여 선유도라 불리게 되었다. 군산에서 선유도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은 섬과 섬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서해안 섬의 아기자기함이 광할한 동해안과 제주도의 바다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선유도해수욕장은 낙조가 아름다워 해넘이 사진촬영의 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오늘여행은 바람이 세 선유도해수욕장 주변을 산책하는 정도로 만족하였다. 가이드의 설명처럼 이번 여행을 기획한 로망스투어 여행 플래너는 여행자들이 레트로 감성으로 근대의 대표도시였던 군산을 느리고 사부작하게 여행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 그 일환으로 느리게 걷는 선유도해수욕장 산책길을 여행일정에 추가한 것 같다.

시인 김광균은 돈을 벌기위해 온 낮선 타향 군산에서 외로움과 고독을 느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고독은 낭만으로 승화되었다. 그의 시에는 군산의 풍경이 곳곳에 그려져 있다. 시인은 서울에서 산과 군산을 흐르는 금강과 서해 바다가 조화로운 도시 군산을 그리워하며 다시 보고 싶어 했다. 그 당시 사람들로 붐볐던 공설시장, 군산역, 군산항 등과 시인이 거닐었던 그 길…
시인 김광균이 그렸던 고독과 낭만의 도시 군산의 숨결을 느끼며 그리워 하기에는 오늘 여행은 시간이 너무 짧다. 군산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는 함께한 여행자의 말을 들으며 다시 오리라 생각을 하며 오늘 여행을 마쳤다.